Stori News 2018

전통과 현대가 만난 의외의 순간들 (여성중앙 2014.02)

02.01.2014

전통과 현대가 만난 의외의 순간들 (여성중앙 2014.02)
전통과 현대가 만난 의외의 순간들 (여성중앙 2014.02)
전통과 현대가 만난 의외의 순간들 (여성중앙 2014.02)

전통과 현대가 만난 의외의 순간들 
코리안 터치의 파티백
(여성중앙 2014년 2월호)
전통과 현대가 만난 의외의 순간들

코리안 터치의 파티 백
 
이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향수’가 아니다. 
‘새로운 해석을 더한’ 과거의 향수다. 
무작정 ‘옛 것’만을 고집하기보다 옛 성질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물건에 호기심을 보인다. 
한국의 전통 모티브와 현대적인 트렌드가 접목된 핸드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 조명희씨의 작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종로 사간동에 있는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찾았다. 
“모임에서 여자를 빛나게 해주는 파티 백에 한국적인 모티브를 활용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한복에 더할  만한 ‘파티 백’을 선보였다. 
전통 나비장에서 떼어 낸 경첩 고리 백, 자개를 활용한 토트백이 바로 그것. 
가죽 소재나 형태 등의 하드웨어는 분명 서양에서 건너온 것들인데 
세세하게 쓰인 장식이 어디선가 본 듯한 한국적인 전통 명품의 인상을 심어준다. 

그녀는 2002년 런던에서 자신의 브랜드 ‘스토리’(STORI)를 론칭한 뒤 
한국 여인들의 섬세한 규방 문화가 남아 있는 
누비와 자수 매듭 등을 이용한 핸드백을 디자인해왔다.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여배우가 레드 카펫 위에 서서 들어도 좋을 클러치 백엔 
한옥 모양의 장식이 달려있는데 신비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풍긴다. 
가장 잘 팔린다는 ‘쇳대 백’은 고가구에 달린 나비경첩 장식을 절반씩 나눠 달고 
두 개의 장석을 쇠줄로 연결해 비녀 꽂이에 달았다. 
잠가둔 가방은 왼쪽 아래 비녀 꽂이에 달린 쇠줄을 뽑아 열어야 한다. 
그래서 ‘견우와 직녀백’이라 이름 붙였다. 

조명희씨의 백이 주목받는 건 장식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활용도가 높아서이기도 하다. 
견우와 직녀 백은 고리를 조절하면 숄더백 토트백 등으로 사용할 수 있고 크기도 넉넉하다. 
무엇보다 튀지 않아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다.

조명희의 핸드백이야기 (4) - 야생의 미학, 말총 (헤렌 2014.02)

02.01.2014

조명희의 핸드백이야기 (4) - 야생의 미학, 말총 (헤렌 2014.02)

조명희의 핸드백이야기 (4)
<야생의 미학, 말총> 
HEREN(헤렌) 2014년 2월호
 
 조명희 (Stori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한국의 전통 모티브와 현대적 트렌드를 접목한 핸드백을 디자인하는 
스토리(Stor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헤렌>과 함께 매달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한국의 전통 모티브를 찾아 소개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한라산을 에둘러싼 제주의 도로를 달리는 동안, 갑자기 눈이 오고, 갑자기 햇볕이 났다가를 반복했다. 1월 한겨울인데도 북쪽의 제주시에는 세찬 눈보라가 치는데도 서귀포로 내려가면 봄날씨 같기도 했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사람을 강인하게 단련시킨다. 제주는 역사적으로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척박하고 황량한 땅이었고 세찬 바람과 바다에 둘러싸인 고립의 섬이었다. 김정희는 1840년부터 8년간 제주로 유배되어 집 둘레에 가시많은 탱자나무를 심어 가두는 ‘위리안치’ 처분을 받았다. “계절이 어느덧 지나가니, 내일은 다시 가을바람이 불겠구나. 외로운 마음은 지나가는 구름이라도 잡고 싶은데, 서글픈 마음이 이리저리 흩어지네…”  하지만 김정희의 고통과 외로움은 지조있고 힘있는 추사체 완성의 에너지로 쓰였다. 섬나라 제주의 외로움과 허허로움은 사진의 무궁한 주제이기도 하다. 한라산 자락에는 360여개의 기생화산인 오름들이 있다. 제주 오름과 바람과 구름과 비와 계절, 들꽃과 억새와 유채... 그 풍경에 미쳐 살았던 김영갑의 사진들은 유작이 되어 갤러리 ‘두모악’에 오롯이 남아 있다. 그는 우리에게 ‘나다움’에 대해 말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발전한다 하더라도 나다움을 지키지 못한다면 꿈은 영원히 꿈에 머문다.”
 
‘사람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처럼 제주도는 말들에겐 천국이다. 말총(말꼬리)은 말테우리(말몰이꾼)가 영양성분이 좋은 봄에만 채취하는데, 말총은 2년이면 다시 자라난다. 말총은 검정색일수록 좋은데, 갈색이면 맨 나중에 검정색으로  여러 번 먹칠을 해줘야만 한다. 한라산 자락에 놓아길러진 말들의 꼬리털은 산자락의 가시덤불이나 나뭇가지에 걸려 상처가 많아서 좋지 않다. 품질 좋은 말총일수록 말총을 물에 묻혀 손으로 쭉 훑어보면 ‘쭈루룩’하는 음악소리 같은게 나지만, 좋지 않은 것은 우둘투둘하다고 한다. 말총의 채취가 끝나면 말총을 샴푸로 여러 차례 빨아서 냄새를 제거하고 윤기가 나게 한다. 그런데 왜 하필 말총으로 탕건을 만들었을까? 말총은 두께가 2mm 내외로 가늘고 유연하고 탄력성이 있어서 정교한 작업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말총에는 사람의 머리카락처럼 케라틴(keratine)이라는 단백질이 많고, 분자구조가 나선형이어서 많이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탄력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 말총으로 바느질할 때는 물에 묻혀서 꿰면 신축성이 살아나 바느질이 부드럽고 수월해진다.
 
탕건일은 고된 노동이다. 말총은 워낙 얇고 부드러워서 조심조심 한코 두코 바느질하는데 온통 집중해야 하니 하루에 두세 시간이 넘어서면 눈이 침침해져서 더이상 바느질을 할 수 없다. 추운 날씨에는 말총은 물론이고 손가락도 굳어서 작업을 하지 못한다. 요즘엔 탕건 하나 만드는데 3개월이 걸린다. 1950년대 초반 제주4.3 항쟁 때는 1만 5천여명의 제주사람들이 이승만 정부와 미군정의 강경진압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그들의 대부분이 남자들이어서 당시 마을에서는 남자 구경조차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제주 여자들은 가족의 생계를 억척스럽게 도맡아야만 했다. 해녀들은 바닷속에서 물질을 했고, 농촌 아녀자들은 밭일을 한 뒤에도 탕건이나 망건을 짜서 돈을 벌어야했다. 제주 아녀자들의 고되고 외로운 탕건일은 ‘탕건의 노래’에 잘 담겨있다. “이년 이년 이년의 탕건 한코 두코나 몾아나지라. 요 탕건 못아근 장보아그네. 우리집의 온식구 밥먹고 살 탕건. …  탕건아 탕건아 나 탕건아 한코 두코씩 다 몾아지라. 요 탕건 뱁제근 인간을 가서 우리 어멍 속썩인 탕건이로다.” 
 
말총은 핸드백으로도 변신한다. 안젤리나 졸리가 구입해서 화제가 되었던 ‘아크리스’의 호스헤어백(horsehair bag)은 500만원에 달하는 명품으로 몽골의 야생마 말총으로 제작된다. 한국에도 말총 핸드백의 역사가 있다. 1930~40년대에 항일운동가 정인호 선생이 말총 핸드백을 생산했고, 70년대에는 말총산업 부흥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없는데, 말총이 재료 가공에서 힘들고, 제작비용이 높고, 기능성에서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연재료(natural material)에서 경험할 수 있는 느낌(feeling), 재료의 신축성과 현대적인 직조와 패턴의 가능성은 여전히 말총 핸드백의 발전과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이제라도 많은 사람들이 ‘말총 핸드백’을 끌어안고 만지막 거리고 토닥이고 쓰다듬으면서, 섬나라 제주만의 독특한 역사와 자연을 휘달리는 조랑말과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한의 노래를 느끼고 감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라산 자락을 휘감고 도는 펄럭이는 바람의 체온처럼, 깊고 끝없는 파도와 바다의 억겁의 생명처럼…
 
writing 조명희 editor 윤정은 photographer 안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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