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 News 2018

수려한이 만난 아티스트, 가방 디자이너 조명희 (HIT+  2014.05)

05.01.2014

수려한이 만난 아티스트, 가방 디자이너 조명희 (HIT+  2014.05)

수려한이 만난 아티스트, 가방 디자이너 조명희
(HIT + 2014년 5월호)

모던과 전통을 담다, 가방 디자이너 조명희

디자인, 기능, 스토리를 모두 갖춘 가방은 고유의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다. 
가방 디자이너 조명희가 만드는 가방 이야기다.

-전통과 실용성, 현재를 담은 가방

사간동에서 가방 브랜드 스토리(Stori)를 운영하고 있는 가방 디자이너 조명희는 전통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활용한 다양한 가방을 선보인다. 고가구의 나비 경첩 고리를 비녀와 함께 연결한 가죽 백, 한지 특유의 따뜻한 색감이 돋보이는 숄더백, 전통 자수와 누빔을 접목한 샤넬 빈티지 백 등 모두 새로운 미감과 정서를 담고 있는 것들이다. 어떤 가방은 전통적인 요소가 과연 섞였나 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완벽하게 녹아 있고, 또 어떤 것은 한눈에 우리 고유의 멋이 느껴진다.

“서양에서 건너온 핸드백은 무엇을 만들어도 비슷비슷한 느낌이에요.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다 보니 전통 속에서 길을 찾았어요.” 그렇게 눈을 돌린 전통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움으로 가득했죠.” 이같은 작품들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주목받은 바 있다. 40여 개국의 유명 백화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 때문에 잠시 판매가 중단되었지만 올해부터 다시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그녀의 가방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감각적인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견고한 소재와 사람들의 삶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방이 탄생되는 영감의 원천은 주변과 일상을 둘러싼 끊임업는 관심과 관찰에 있다. 가장 대표적인 가방이 ‘자개 소반 백’이다. 유학 시절, 야외 잔디밭에 앉아 식사를 즐기다가 불편함을 느꼈던 그녀는 가방과 소반의 장점을 모은 가방을 만든 것. 가방 밑바닥에 수납공간이 숨어 있는 가방은 얇은 슬리퍼나 잡지 등을 보관할 수 있어 장거리 비행시 제격이다. “일상생활에서 내가 필요했던 것을 전통과 연결하고 그 전통이 가방으로 들어와서 쓰임새 있게 바뀌는 것, 이것이 제가 전통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방향이에요.” 

-새로운 길을 걸어가다

누간가가 걸어가는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일은 만만치 않은 여정의 연속이다. 전통을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 그렇고 가방 디자인을 구현하는 장인을 새로운 영역의 작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끊임없이 설득하고 의견 차를 조율하며 가방을 완성하는 과정도 고된 작업의 연장선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매몰되어 있는 장인들이 많아요. 전통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알기에 이런 점이 안타까워요. 위대한 유산은 유산이고, 시대에 맞게 발전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작업의 중심에 디자이너가 있어야겠죠.”

그럼에도 그녀는 새로운 영역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한지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소재 개발에 매달리고 신제품인 여행 가방 제작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10월에 열리는 전시회에서는 가방 수납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녀는 백이라는 장르를 활용할뿐 얼마든지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로 변신인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유연한 사고와 사물의 본질을 관통하는 깊이 있는 시선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방 속에는 하루의 삶이 전부 담겨 있어요. 그것들이 다른 보관 공간으로 옮겨갔을 뿐이지 가구와 가방은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고 아트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꿈꾼다.

“광주비엔날레 같은 전시를 기획하는 아트디렉터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어요. 벌써부터 그때가 기대되네요.” 전통과 함께 교감하며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발견해내는 그녀의 작업은 이제 막 출발 지점을 떠난 셈이다.

글 | 장인지 사진 | 이수현출처-www.sooryehan.co.kr

조명희의 핸드백 이야기 6 -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판타지 (헤렌 2014년 5월호)

05.01.2014

조명희의 핸드백 이야기 6 -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판타지 (헤렌 2014년 5월호)
조명희의 핸드백 이야기 6 -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판타지 (헤렌 2014년 5월호)

조명희의 핸드백 이야기 6

단단하고 부드러운 판타지 - 대나무

-세찬 바람에 휘어지다가도 다시금 반듯하게 일어서는 대나무는 우리 민족의 모습과 닮아 있다. 단단하면서도 여린 대나무는 공예품의 소재로도 으뜸이다.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핸드백 디자이너 조명희가 이달엔 대나무 공예의 가치와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 전라남도 담양에 다녀왔다.-

얕은 바람이 부는 봄날에는 누군가에게 몸을 기대고 싶다. 스스슥, 서걱거리듯 팔과 어깨를 내밀어 온몸을 펄럭이며 비비는 대나무 숲의 향연. 5월의 따뜻한 봄날은 녹색 푸르름이 한창 물이 오르는 대잎들의 사랑잔치에 주단을 깔아준다. 대나무들의 군집을 이룬 애정표현은 지금 담양에서 한창이다. 죽녹원의 대숲은 죽순의 과감한 노출과 깊은 그늘의 원시성으로 풋풋하다. 이럴 땐 사람들도 하늘을 향해 빽빽하게 어깨를 맞닿은 채 수십만 그루의 열망과 몸짓이 일체를 이루는 대숲의 거대한 리듬과 호흡을 느껴보아야 한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에 죽녹원의 대숲을 혼자 걷는다면 자연의 심연과 인생의 흘러감에 대하여 그 누구도 시인의 마음이 될 것이다.

대나무는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몇 년 묵은 아랫단의 단단함과 새로 돋은 가는 줄기와 댓잎은 바람의 속삭임에도 귀기울이듯 부드럽다. 강한 바람에 온몸이 휘어지다가도 다시 반듯하게 일어서는 것은 대나무의 대단한 탄력성을 잘 보여준다. 또한 5~6월에 집중해 솟아오르는 죽순의 탄탄한 생명력은 경이롭다. 빨리 자랄 때는 하룻만에 70~80센티나 자라니 이 즈음의 대숲의 땅들은 봄날의 환희에 잠들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대나무 껍질부분이 급속하게 자라는 것과 반대로 속은 매우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대나무 속은 텅비게 된다. 그래서 얇은 대나무 껍질의 단단함과 부드러움 때문에 대나무는 예로부터 소쿠리, 부채, 빗, 발, 장롱, 삿갓 등을 만드는 죽공예품의 재료로 많이 활용돼 왔다.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담양에 가면 그 대나무 판타지에 흠뻑 빠져 사는 채상장(彩箱匠 중요무형문화제 제53호)의 서한규, 서신정 선생을 만날 수 있다. 채상작업에는 먼저 왕죽(王竹) 안쪽의 반은 버리고 바깥쪽의 반을 얇게 다섯 겹으로 떠내서 ‘대오리’를 만든다. 이런 대오리를 알록달록하게 염색한 후에 씨줄 날줄로 엮어 아름다운 무늬 만든 대나무 상자가 바로 ‘채상(彩竹箱子)’이다. 일반적인 죽공예품인 소쿠리 등에는 얇은 반죽(班竹)을 사용하지만 채상에는 두꺼운 왕죽을 사용하기 때문에 채상 하나 만드는데 무려 일주일이 걸린다. 만약 채상에 옻칠까지 더하게 되면 일주일이 더 걸린다.  

대나무는 매우 섬세하게 다듬으면 실이나 머리카락처럼 가늘어진다. 조선 양반들이 즐겨썼던 갓은 대나무와 말총으로 만들었다. 갓일 장인 박창영 선생(중요무형문화재 제4호)은 예천갓의 전통을 4대째 이어오고 있는데 갓들을 보면 섬세함과 유려함 그리고 선비의 반듯한 자태에 숙연함이 느껴진다. 한편 우리나라처럼 섬세한 세공기술이 없는 유럽에서는 대나무 땅속줄기를 타원으로 휘어서 핸드백 손잡이로 활용했다. 구찌의 배부 핸ㄷ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핸들에 쓰인 대나무는 정감있고 자연적인 무늬를 보여주는 동시에 반질거리면서도 약간은 거친 촉감이 있어 손에 닿는 쾌감까지 느끼게 해준다.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를 사랑하고 죽공예품을 즐겨 사용했던 우리 한민족에게 대나무는 미래지향적인 소재이자 훌륭한 디자인의 원형이다. 스토리에서는 담양의 채상을 응용하고 리폼해서 대나무 가방을 디자인했다. 주변 디자이너들에게 대나무 가방을 보여주니 “경이롭다” “전통적인 수납 개념이 가방이라는 운반 개념으로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게 신기하다”며 호응이 높았다. 사실 채상은 예부터 전해진 일상의 바구니일 뿐인데 그것에 디자인을 결합하니 새로운 차원의 전통적인 디자인 가방이 탄생한 것이다. 이는 한국의 전통 재료와 공예 기술, 정신을 되살리는 데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여실히 보여준다.
     writing 조명희 editor 윤정은 photographer 안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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